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었던 글로벌 최대 가전 전시회 CES는 모빌리티 전시회를 방불케 했다. 모빌리티 관련 전시는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고, 팬데믹 이후 전시회에 복귀한 구글, MS,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까지 모빌리티 기술 공개에 집중하였다. 자율주행, 전기차, UAM 등 모빌리티가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 미래 기술을 아우르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한 것을 엿볼 수 있는 행사였다.
전 세계 모빌리티 산업은 전례 없는 팬데믹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교통(transport)에서 모빌리티(mobility)로의 전환은 계속되어 왔고,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획일적 노선과 사전에 정해진 시간표 등 공급자 관점의 전통적 이동에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하여 수요자의 관점에서 이동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전환은 계속된 것이다. 플랫폼을 통한 연결의 극대화, AI에 기반한 자율주행, UAM과 같은 새로운 이동체의 등장이 맞물리면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이동이 가능한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택시, 배송 분야를 포함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상용화를 위한 노력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글로벌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모빌리티에 대한 대응도 필수가 되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팬데믹의 충격 속에서 사물의 이동 영역으로 확장하였다. 한편, 전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팬데믹의 끝자락에서 공통적으로 ‘택시 승차난’을 경험하였으며, 시장 기능의 회복을 위해 공급 혁신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모빌리티의 중요성은 한층 더 높아지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면서 이에 대한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자율주행 서비스, 가능성에서 현실로
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미래 모빌리티는 가능성의 영역에서 일상의 영역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제한된 지역에서 한정된 승객을 대상으로 제공되었던 자율주행 서비스는 팬데믹 이후 대도시에서 요금을 받고 운행하는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대응 움직임 속에 전기차의 보급 속도도 팬데믹 기간 사이 가속화되었다.
완성차 업체는 레벨3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레벨3는 시스템이 주행을 제어하고 돌발 상황 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부분자율주행기술이 구현된 단계이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나 GM의 슈퍼 크루즈 등 기존에 보급된 레벨2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면서 운전대를 지속적으로 잡아야 했던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2022년 5월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레벨3 승용차를 출시하였고, 2021년에는 일본 혼다에서 자국 리스 시장에 한정하여 레벨3 승용차를 출시하였다. 2023년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체를 비롯하여 전 세계 다수의 OEM들이 레벨3 자율주행차를 경쟁적으로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3년은 소비자들이 주행 보조 기능을 넘어 ‘자율주행 자동차’라고 부를 수 있는 신차를 본격적으로 구매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상 운송서비스에 특화된 로보택시, 배송로봇은 레벨4 이상의 고도화된 자율주행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있다. 2020년 11월 미국 최초로 자율주행 유상운송 허가를 발급받은 뉴로(Nuro)는 다양한 유통 서비스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2018년 슈퍼마켓 업체 Kroger와 식료품 배송을 시작한 이후 도미노피자, 월마트, 페덱스 등과 배송 로봇 시험 운행과 서비스 실증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2022년 9월에는 음식배달 서비스 우버 이츠와 10년간의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하면서, 제한된 규모로 운영되어 온 뉴로 배송 로봇의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다.
안전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로보택시도 대도시 시민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자율주행 관련 규제를 선도적으로 정립하여 운영 중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해 무인 유상 로보택시를 최초로 허용하였다. 2022년 6월 미국 완성차 업체 GM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Cruise)는 본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인 상업 운행(Driverless Deployment)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2022년 2월에는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Waymo)와 크루즈가 안전 운전자가 탑승한 유인 상업 운행(Drivered Deployment) 허가를 함께 받았었는데, 안전 운전자(safety driver)가 없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의 유상 운송을 캘리포니아에서 허가받은 것은 크루즈가 최초였다. 웨이모는 2020년 10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세계 최초의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일반 시민에게 공개한 바 있다. 테슬라는 2022년 4월에 있었던 실적 발표를 통해서 2024년까지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로보택시 전용 차량을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안전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는 무인 로보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2022년 8월 바이두의 아폴로는 우한, 충칭 등에서 무인 로보택시 운행 허가를 받았다. 중국은 아폴로뿐만 아니라 알리바바가 투자한 오토X, 도요타가 투자한 포니AI,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한 WeRide 등 다양한 자율주행 서비스 업체들이 미국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율주행 서비스 시장의 경쟁도 강화되고 있다.
[BOX]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서비스 사례
카카오모빌리티 등 오토노머스에이투지컨소시엄 6개사는 2022년 11월 대구 테크노폴리스에서 세계 최초의 여객/물류 통합형 자율주행 서비스 '달구벌자율차'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레벨4 수준의 자율차 8대와 배송로봇 3대가 운행되며, 자율주행 차량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여객뿐만 아니라 배송도 함께 수행하는 최초의 시도이다. 철저한 현지 수요조사와 이용자 편의 중심의 서비스 설계를 통해서 기술 시연이 아니라 기존 모빌리티 서비스와 유사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피크시간에는 차량이 부족하여 이용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재이용률은 65%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자율주행 서비스가 1회성 체험이 아니라 실생활에 정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 테크노폴리스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는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되었으며, 배송까지 성공적인 성과를 이어간다면 자율주행 서비스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차의 보급속도도 팬데믹 기간 동안 변곡점을 지나가고 있다. 2021년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하였고, 2022년에는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1000만 대를 넘어서면서 신차 시장의 13.0%까지 점유율이 높아졌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신차 10대 중 1대 이상이 이미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이 된 것이다. 전 세계 내연기관차 판매가 주춤하는 가운데 친환경차 판매량이 고성장하면서 전기차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이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보급대수는 2021년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면서 한해 판매량 10만 대를 넘어섰고, 2022년에도 전년대비 약 50%가량의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인 2030년 300만 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평균 30만 대 이상의 전기차가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이후 초기 10년간 보급된 전기차 전체 대수 이상의 전기차가 매해 보급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충분하게 구축되었던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머지않아 부족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기차 보급 속도는 가파르다.
사람에서 사물로 확장된 모빌리티 플랫폼
모빌리티 시대의 시작을 이끈 모빌리티 플랫폼은 팬데믹을 거치며 그 역할이 넓어져 가고 있다. 전 세계 택시 시장은 지난 10여 년 사이 모빌리티 플랫폼이 도입되면서 크게 변했다. 길거리에서 승객을 태우는 전통적 의미의 택시보다는 앱을 통해서 차량을 호출하는 형태의 새로운 여객운송서비스가 빠르게 자리 잡았다. 사람의 이동을 한순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던 팬데믹의 충격은 그동안 사람의 이동에 초점이 맞추어졌던 모빌리티 플랫폼에도 일시적인 충격을 주었지만, 택배와 배달 수요의 급증과 물류의 디지털화 흐름에 맞물려서 사물의 이동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모빌리티 플랫폼의 역할을 확대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하였다.
택시는 오랜 기간 도시 내에서의 지점 간 이동(point-to-point transport)을 담당해 왔었다. 팬데믹으로 일상의 이동이 제약을 받자 택시 산업도 큰 타격을 받았는데, 해외에서는 여객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 택시의 소화물 배송을 도입하였다. 미국 뉴욕시, 싱가포르 등은 도시 봉쇄로 인한 생필품 및 의약품 배송의 일환으로 택시 기사의 음식 및 식료품 배송 프로그램이 한시적으로 운용되었다. 택시의 배송 서비스에 대한 별다른 법적 제한이 없었던 영국은 봉쇄기간 동안 택시 기사들의 배송 서비스를 지원하는 택시 앱, 보험 상품 등이 새롭게 출시하기도 하였다.
택시의 배송 부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여객과 화물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운영해 왔었지만, 2017년부터는 교통 사업자에게도 화물 운송을 허용하는 정책을 지방 소도시에 한해 도입하였다. 인구 감소 지역의 대중교통 노선 폐지, 배송효율 하락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 택시뿐만 아니라 버스, 철도 등 대중교통의 이른바 ‘화물 여객 혼재 수송’을 허용한 것이다. 교통 사업자의 손익 개선과 물류 서비스의 효율 향상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나온 정책이었다. 팬데믹 직후인 2020년 4월에는 택시업계 지원을 위해서 대도시의 택시 기사들도 음식료품 배달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시적 특례를 도입하였고, 2020년 10월에는 해당 특례를 사실상 영구화하면서 택시 기사들의 음식료품 배달이 전면 허용되었다.
팬데믹으로 여객 수요의 타격을 받은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도 라스트 마일 배송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했다. 우버는 2019년 4분기 135억 달러에 달했던 승차공유 부문의 총거래액(GMV)이 팬데믹 직후인 2020년 2분기 30억 달러로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였는데, 같은 기간 우버의 음식배달 부문인 우버이츠의 이용은 급증하였다. 팬데믹 이후 2년간 우버는 모빌리티보다 음식배달 플랫폼에 더 가까울 정도로 음식배달 부문의 총거래액 규모가 컸다.
동남아의 대표적 모빌리티 플랫폼인 그랩(Grab)은 우버보다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랩 역시 팬데믹 이후 모빌리티 보다 배달 서비스의 총거래액이 크게 늘었다. 이에 더해서 핀테크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모빌리티 플랫폼을 넘어 물류와 금융을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일상 회복과 시작된 ‘승차난’ 택시 시장 규제 개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일상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승차 대란’이 발생하였다.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은 택시 승차난과 우버, 리프트 등 승차공유 서비스의 요금 급등이 이슈가 되었다. 영국과 싱가포르에서도 일상 회복 이후에 택시 승차난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유는 비슷하다. 장기화된 거리두기로 기사들이 택시 시장을 이탈했고, 일상 회복으로 인한 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공급 공백이 계속된 결과다. 전세계 각국 정부와 모빌리티 업계는 공급 확대를 위하여 규제 개선, 기사 처우 개선, 요금 인상 등으로 다방면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2년 10월 국토부의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 등 택시 시장의 경직된 공급 체계를 개선하고,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허용하여 변화된 수요에 대응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플랫폼 택시’ 제도화로 도입된 가맹택시(type2)와 중개택시(type3)의 탄력적인 호출료를 확대 도입하였고, DRT 등 플랫폼을 통한 수요응답형 교통 서비스 활성화도 택시 시장 수급 불일치를 완화할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과거 택시 시장을 전제로 유지되어 왔던 불합리한 규제를 적극 개선하고, 탄력적인 수요에 적시 대응하고 공급과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와 요금 체계를 적극 허용하려는 당국의 노력이 엿보인다.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최근 국내 택시 승차난은 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 모빌리티 시장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여전히 고민해야 할 것도 많다.
팬데믹 이후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도 모빌리티 플랫폼의 역할 확대
과거 한강에 처음 등장한 수상택시는 교통체증이 없는 이동 수단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수상택시를 이용하기 위한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대중적인 이동 수단으로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UAM 등 이동의 제약을 크게 줄여줄 미래 이동 수단이 등장하더라도 기존의 이동 수단과 연계가 되지 않지 않는다면 일상생활에서의 용도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이동 수단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택시, 대중교통, 항공, 철도 등 기존 이동 수단을 하루아침에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호 단점을 보완하면서 최적의 이용 형태를 만들어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동 수단들을 통합하고 연계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 과제가 된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도 모빌리티 플랫폼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이유다.
현재 모빌리티 플랫폼은 택시를 넘어 대중교통, 항공, 철도, 렌터카, PM(개인이동수단)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연계하는 MaaS(Mobility As A Service; 이용자의 최적 이동에 맞는 이동수단을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MaaS는 수요자 입장에서 기존의 자가용 자동차와 마찬가지 수준의 끊김 없는 이동이 필수적이다. 실시간 수요에 대응하여 단절 없는 이동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단일 플랫폼을 통해서 다양한 운송 수단을 종합적으로 연계하고, 간편하게 결제하고, 최적의 경로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연계의 중심에 있고, 가장 기본적인 온디맨드 모빌리티인 택시 시장에서 발생한 수급 불일치는 미래 모빌리티로 가는 길목에서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될 과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모빌리티>은 3부작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팬데믹 이후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현재 아티클)
(2) 플랫폼이 만든 택시 시장의 변화 바로가기
(3) 모빌리티 빅블러와 미래 이동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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