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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모빌리티 : (3) 모빌리티 빅블러와 미래 이동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모빌리티>은 3부작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팬데믹 이후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바로가기  (2) 플랫폼이 만든 택시 시장의 변화 바로가기  (3) 모빌리티 빅블러와 미래 이동 (현재 아티클)
2010년대 들어 모빌리티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모빌리티 시대가 본격화되었다. 교통 분야에 ICT 등 혁신 기술이 융복합되면서 이동의 디지털 전환이 나타난 것이다. 앞으로 10년은 기술의 끊임없는 발전과 혁신적 서비스 모델의 등장에 따라서 지난 10년 이상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모빌리티 빅블러(Big Blur)

모빌리티에 다가올 변화는 이동의 경계 붕괴로 나타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UAM 등이 현실화되면 기존의 제도와 인프라를 넘어서는 전혀 새로운 양상의 이동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 새로운 변화는 기존에 법으로 엄격히 구분되었던 이동의 다양한 영역 간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고, 다양한 이동이 융합되어 새롭게 등장하면서 규제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모빌리티에 다가올 영역 간 붕괴, 즉, 빅블러는 크게 3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여객과 화물, 노선과 구역, 소유와 공유이다.
우선, 여객과 화물 사이의 경계가 모호화되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택시의 소화물 배송을 허용하였다. 전통적으로 여객 대상의 운송 서비스였던 택시에 화물 운송이 더해진 것이다. 팬데믹 이후 기존의 택배에 더해서 음식배달, 식료품 배달 등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가 급성장하였고, 모빌리티 플랫폼들도 이러한 사물의 이동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었다. 기존에 모빌리티 플랫폼이 해왔던 온디맨드 모빌리티 서비스와 라스트마일 분야의 온디맨드 딜리버리 서비스가 풀어야 하는 사업적 과제가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목적 기반 모빌리티 차량(PBV), 소프트웨어로 구현되는 차량(SDV) 등 현재의 자동차보다 유연한 형태의 이동체 등장은 여객과 화물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와 같이 온디맨드 모빌리티와 온디맨드 딜리버리의 융합 흐름 속에서 물리적인 이동을 담당하는 하드웨어도 상황에 따라 가변 할 수 있게 되면 하나의 차량으로 구현할 수 있는 비즈니스 시나리오가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서비스 공급을 위한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이 개발된다면, 하나의 이동체를 통해서 최종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여객과 화물의 용도가 결정될 것이다. 사전에 여객과 화물 운송 서비스라고 정의할 수 없는 형태의 융복합 모빌리티 서비스의 출현이 예상되는 것이다.
노선과 구역 운송 서비스의 경계도 모호해질 것이다.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해서 자율주행 차량을 호출하고, 이러한 차량이 지능형 교통체계를 통해서 더욱 안전하고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게 되면, 미래에는 버스인지 택시인지 모호한 여객 운송 서비스가 일반화될 것이다. 이미 일부 도입된 수요응답형 교통은 사전에 정해진 노선이 아니라 이용자의 호출에 따라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노선에 따라서 운행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플랫폼 기반으로 이동 경로를 공유하는 승객 간 합승 서비스가 더해지면 버스와 택시의 중간 성격을 가지는 이동서비스가 된다. 간선형 급행 버스 체계(BRT)는 우선 신호를 통해서 지하철에 가까운 정시성을 확보한 Super-BRT로 발전해 가고 있는데, 자율주행 차량이 C-ITS를 통해서 신호체계와도 연동된다면 버스가 아닌 차량들도 급행으로 운행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겨날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고, 차량과 인프라 사이의 통신이 고도화될수록 택시와 버스의 경계는 더욱 희미해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유와 공유의 경계도 모호화될 수 있다. 마이카 시대를 지나며 ‘자가용’이라는 용어를 관용적으로 쓰고 있을 정도로 자동차는 ‘소유’와 친숙한 자산이다. 현재까지는 승객이 직접 운전자가 되어서 본인의 자가용 차량으로 이동하는 만큼 편리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드문 영향도 크다. 대중교통은 노선과 시간표에 맞춰야 하고, 택시도 대기시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
그러나 로보택시의 상용화로 자율주행 차량을 언제든 호출하여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이동의 시작과 끝에 동반되는 주차 문제를 쉽게 해소할 수 있고, 로보택시처럼 이동 수단을 공유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 절감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팅 업체 Deloitte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자가용 자동차의 이용 비용은 1마일 운행당 0.97달러인데, 로보택시는 마일당 0.31달러로 3분의 1 수준으로 이동 비용이 저렴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 소유보다 공유가 비용뿐만 아니라 편의성 측면에서도 효용이 확인되면 자동차 소유에 대한 유인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격변이 예고되고 있는 모빌리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준비도 필요하다. 모빌리티 산업의 급성장하면서 정부에서도 운송 플랫폼 사업 제도화(2020년 3월 국회 통과), 자율차법(2020년 5월) 제정, 생활물류법(2021년 7월) 제정 등 법적 기반 마련을 했고, UAM법, 드론법 등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법안도 준비 중에 있다. 다만, 다양한 이동 분야 간 융합으로 등장하는 신산업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담아낼 지에 대해서는 과제가 될 것이다. 각 법령별로 영업이 가능한 시장 참여자 및 소관부처가 구분되고, 이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의 범위도 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빌리티에 다가올 빅블러 현상을 어떻게 수용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동 수요에 대응하는 탄력적인 공급 환경 조성 필요

미래 모빌리티의 현실화에 따른 모빌리티 빅블러에 대한 대응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기본적으로 수요자 관점의 시장 환경과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모빌리티 시대는 수요자의 다양한 이동 니즈를 기술을 통해서 적시에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가장 오래된 온디맨드 모빌리티 서비스인 택시와 모빌리티 시대를 대표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이 결합되어 제도화된 플랫폼 택시 시장에서도 경직적인 공급으로 인한 수급 불일치 문제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미래 모빌리티의 청사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당장 우리 일상에서 접하는 택시 시장의 문제 해결이 선결되어야 한다.
카카오 T 택시의 빅데이터를 통해서 살펴본 것 같이 택시 수요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고, 같은 도시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동일한 시간에 10배 이상 수요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공급은 낮시간대 집중된 개인택시와 코로나19를 거치며 급격히 이탈한 법인택시의 공백이 계속되면서 수급 불일치가 반복되고 있다.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고, 이에 공급이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의 움직임과는 다른 것이다.
승객이 택시를 호출해서 목적지까지 얼마나 잘 갈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운행 완료율과 택시 수요를 나타내는 호출수의 추이를 보면 반비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2022년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택시 호출수는 급증하게 시작하였는데, 이에 비례하여 택시의 운행 완료율은 낮아지기 시작하였다. 2022년 11월 이후에는 개인택시 부제해제, 심야 탄력호출료 도입 등 정부 정책의 효과로 운행 완료율의 개선 추이도 나타났지만, 택시 수요와 운행 완료율의 관계가 완전히 변화하지는 못했다. 택시 수요가 추세적으로 증가하여도 택시 시장의 가격인 요금이나 택시 기사의 공급 수준은 크게 변동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현재 택시 시장은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메커니즘인 가격이 경직적인 것이 두드러진다. 현행 운임·요율 조정 관련 규정(「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운임·요율 등 조정요령」)에 따르면 택시 운임과 요금은 2년마다 검토해야 하나 표준운송원가 산정의 어려움, 정치적 여건 등으로 제대로 주기를 지키는 경우가 드물다. 플랫폼 택시 제도를 도입하면서 차량, 요금 등 영업 자율성을 높이고 다양한 요금제를 허용하는 정책이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도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의 경우 최근 20여 년간 4~6년마다 운임·요율을 조정해 왔다. 인건비, 연료비는 매년 변동하고, 시장의 수요도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가격 수준은 평균 4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계단식으로 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장기간 고정되었던 요금이 한꺼번에 인상되면서 택시 수요가 급감하는 부작용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서울시 택시 이용 건수는 택시 요금이 인상되었던 2019년에 3억 7,562만 건으로 2018년 4억 2,328만 건에서 11.3%가 감소하였다.
요금의 탄력적인 변동도 제한적이다. 택시 승차난에 대응하여 2022년 12월부터 시행 중인 심야할증 개편은 심야할증시간을 22시까지 앞당기고 20~40%의 할증률을 시간대별로 차등 적용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시간대에 따라 변화하는 요금체계”, 즉, 현행 TOD방식(TOD는 Time of Day로 시간대에 따라 변화하는 정책을 적용한다는 의미)의 할증률 적용은 택시 공급의 확대를 도모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고정된 시간대를 평일, 주말에 관계없이 설정하고 있고, 지역의 수요-공급 상황과도 무관하게 도시 전체에 일괄적으로 도입되면서 여러 부작용을 수반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많은 지역이나 심야시간에도 일부 수도권 이용자들은 최대 60%(시계외 할증 포함)가 높은 심야할증 요금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규제로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 이른바 제2종 오류(Type 2 Error)로 인한 문제도 유의해야 한다.
[BOX] 탄력요금제는 택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AI 알고리즘, 앱미터기, 앱 결제 등은 시장의 상황에 맞는 요금을 설정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였다. 선진국 택시 시장에 이미 자리 잡은 플랫폼 기반의 탄력요금제가 대표적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수요에 맞게 요금도 시시각각 변화하고, 공급도 가격 기제에 맞게 탄력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도 뒷받침되고 있다. Hall et al.(2015)은 「The Effects of Uber’s Surge Pricing: A Case Study」에서 사례 분석을 통해서 우버의 탄력요금제인 ‘Surge Pricing’이 수요와 공급을 효과적으로 균형화하였으며, 수요의 급증에도 배차 시간이 많이 증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Castillo(2020)은 「Who Benefits from Surge Pricing?」에서 탄력요금제 적용 상황과 미적용 상황의 승객, 기사 등의 후생 변화를 비교 분석하였는데, 탄력요금제 적용 시 승객과 기사의 지리적 불일치가 감소하고, 대기시간이 감소하면서, 승객(6.97%), 기사(1.97%), 플랫폼(1.42%) 등 전체 참가자의 후생 증가가 나타남을 보여주었다.
탄력적인 요금 조정은 국내 택시 시장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재인, 강민희, 황기연은 「택시호출 간 기대수익 조정을 통한 택시 수급불일치 완화방안 연구」에서 택시 운행 데이터를 통해 강화 학습 기반 호출 간 기대수익조정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다. 택시 호출의 출발지와 도착지에 따른 운행완료율이 다른 상황에서 운행완료율이 낮은 호출에 대해서는 플러스(+)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기사들에게 배차를 수락할 유인을 제공하고, 운행완료율이 높은 호출에 대해서는 평균적인 운행완료율 이상이 되는 수준에서 마이너스(-) 인센티브를 부여하였다. 인센티브로 인해서 기사들의 수입이 변동되는 만큼 사실상 요금 조정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분석결과, 인센티브(-2000원~5000원) 도입에 따라 플러스 인센티브가 적용된 호출에서 18%의 수준의 운행완료율 증가, 마이너스 인센티브가 적용된 호출에서 –8.5% 수준의 운행완료율 감소가 나타나며, 전체 운행완료률이 약 4%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호출별 요금 수준을 보면, 운임 5,000원 미만의 단거리에서 운행완료율 개선이 가장 높게 예측되었다. 운행완료율의 개선은 승객의 대기시간 감소로 편익 증대로 나타나고, 기사의 입장에서는 인센티브를 제공받음으로써 배회(대기) 시간이 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어 편익이 증대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모빌리티, 다음 10년의 도약을 위해서

우리나라에 택시가 도입된 지는 100년이 넘었고, 택시업을 규율하는 현행 여객자동차법이 제정된 것도 60년이 넘어간다. 최근 택시 승차난 대책의 일환으로 해제된 택시부제는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당시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 도입되어 지난 50년간 택시 시장의 공급에 영향을 미쳐왔던 규제였다. 1982년에 도입된 ‘심야 할증요금제’는 택시 승차난 대책으로 40년 만에 개편되었다. 이렇듯 택시 시장에는 40~50년 전 시장 상황에서 만들어진 규칙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택시 시장에 플랫폼이 도입되면서 택시 시장의 작동 메커니즘은 크게 달라졌다. 규제로 뒷받침되는 신뢰가 필수적이었던 배회영업 일변도의 시장에서 플랫폼을 통해서 기술에 기반한 신뢰로 작동하는 호출영업이 가능한 시장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과거 시점에서 만들어진 규칙과 관행이 새로운 택시 시장에 부합하는지 따져볼 지점들이 많아진 것이다.
팬데믹은 전 세계 이동을 한 순간에 멈추게 만드는 전례 없는 충격을 가져왔지만, 이동의 디지털 전환은 지속되면서 모빌리티 시대가 도래하였다. 2010년대 들어 모빌리티 플랫폼이 도입되면서 전통적인 온디맨드 모빌리티 시장이었던 택시 시장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이동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은 팬데믹 기간 중에 변곡점을 거쳐 대중화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팬데믹의 끝자락에서 맞이한 택시 승차난은 미래 모빌리티로 가는 초입에서 많은 과제를 던져주었다.
정부에서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에서 담았듯이 과감한 규제개혁과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도입 기조가 지속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택시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단순히 호출앱의 목적지 표시 문제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기인하는 것이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도 발생할 수 있는 이동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력적이고 빠른 대응이 가능한 공급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며, 온디맨드 모빌리티의 원조 격인 택시 시장의 문제 해결이 선결조건이 될 것이다. 수급 불균형 문제는 규제적인 조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안적인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시장 참여자들의 문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유인이 마련되어야 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더라도 이동 문제 해결에 사용하지 못하는 시장 환경에서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모빌리티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미래에는 이동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 분야 간 융합으로 등장하는 신산업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담아낼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여 모빌리티 빅블러 현상을 대비하는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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