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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살펴본 '택시대란' : (1) 수요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일상의 회복과 동시에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택시 승차난으로 귀갓길 시민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택시 승차난은 하루 이틀 된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매년 연말이면 ‘택시 전쟁’을 다룬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올해는 거리두기 해제라는 변수가 작용하면서 봄기운이 한창인 4월부터 택시 승차난 문제가 부상되었다.
택시 승차난의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택시를 타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이를 감당할 택시공급은 부족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택시 승차난은 시간, 장소에 따라서 다양한 양상으로 관찰된다.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된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카카오 T 택시의 이동 빅데이터를 통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택시 승차난을 살펴보았다.

택시 승차난, 40년 이상 해결하지 못한 난제

택시 승차난, 즉 특정 시간대나 특정 지역에서의 택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아 택시를 타고 싶은 사람이 택시를 타지 못하는 문제는 택시 시장에서 아주 오래된 숙제이다. “택시 승차난”이라는 용어도 이미 1970년대 신문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택시 심야 할증 제도는 심야 근로 보상과 공급 활성화를 위해 지난 1982년 최초로 도입되었으니, 이 문제는 최소한 40년 이상 택시 시장에 존재해온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시선을 10년 이내로 돌려보더라도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한 노력이 계속 돼었다. 2013년 서울시에서 심야 택시 공급 부족에 대한 대책으로 심야 할증시간대 조정을 검토한 것이 대표적이다. 택시 플랫폼이 자리잡기 이전이었던 당시에는 법인택시의 과거 운행 기록 데이터를 분석하여, 기존 심야 할증시간대 이전부터 택시 부족이 두드러진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토대로 택시 심야 할증시간대를 자정에서 밤 11시로 1시간 앞당겨 택시 공급의 증가를 도모함으로써 택시 승차난 완화를 기대하였다.
택시 플랫폼이 도입된 이후에도 택시 승차난은 완전히 해결되지는 못했다. 2018년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서 수도권 택시 호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출근시간대, 심야시간대에 더해서 퇴근시간대에 택시 공급부족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택시 승객(수요)과 기사(공급)를 효율적으로 연결해주는 택시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기존에 운행을 꺼리던 단거리 호출과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의 도심 지역 배차 성공률이 해마다 높아졌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효율적 연결만으로 피크타임의 절대적인 택시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택시 공급은 택시 플랫폼의 노력만으로 수요에 따른 탄력적인 확대가 쉽지 않다. 택시 운행 여부는 택시 기사나 택시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택시 공급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공이나 신규 공급자 유입도 요금규제, 면허규제 등 정부가 결정하는 영역이 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5년부터 택시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택시 시장의 고질적인 수급 불일치 문제를 관찰해왔다. 2018년 도입한 탄력 호출료 서비스 등은 고질적 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시도였다. 2019년 플랫폼과 택시의 결합을 골자로 하는 현행 택시 제도가 나온 이후에는 가맹택시, 대형택시 등 플랫폼 전속 차량(fleet)을 확대하면서 택시 공급의 기반 마련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오랜 기간 고질적인 문제로 남았던 택시 승차난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택시 수요가 급감하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2022년 4월, 2년여간 유지되었던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택시 승차난도 다시 찾아왔다. 특히, 그동안 억눌렸던 수요가 한꺼번에 폭증한 반면, 수요 급감 속에서 이탈했던 공급의 회복은 더디게 진행되면서 예년에는 겨울에 찾아오던 택시 대란이 2022년에는 봄부터 계속됐다.

데이터로 포착한 변화무쌍한 택시 수요

다수의 사람들은 택시를 잡기 어려운 시간대나 장소에 대해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개개인의 주관적인 경험과 감으로만 택시 승차난을 진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조금 더 근본적으로 이 현상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통해서 택시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택시 승차난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기인하는 만큼 택시 수요와 공급을 나누는 것이 분석의 출발점이다. 택시 수요와 공급을 나누어 보면, 둘의 패턴이 얼마나 다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똑같은 원인이라도 수요와 공급에 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우선 택시 수요에 대해서 살펴보자. 하루 중에도 택시 수요의 등락폭은 매우 크다. 일반적으로 택시 수요는 사람의 이동이 증가하는 출근 시간, 퇴근 시간, 심야 시간대에 급증했다가 그 이외의 시간대는 급격하게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른바 피크타임 또는 첨두시간이라 불리는 시간대가 존재한다. 2022년 7월 한 달간 전국의 시간대별 택시 호출량을 보면, 오전 8시 전후 출근피크, 저녁 18시 전후 퇴근피크, 밤 23시 전후 심야피크가 형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의 일상적 이동 패턴이 택시 수요에도 잘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특정 한 달 동안의 평균적인 경향일 뿐이다. 택시 수요는 정책, 날씨, 지역 행사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변화한다.
가장 쉬운 예로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정책이 택시 수요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 조정은 택시 수요에 즉각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2022년 2월 22시 영업제한이 시행되던 시기에 맞춰 22시에 형성되었던 피크타임은 영업제한 시간이 23시로 완화되자 기존보다 1시간 뒤로 바로 바뀌었다. 피크타임 시간대만 이동한 것이 아니었다. 영업제한 시간이 22시에서 23시로 조정되자 피크타임 택시 호출량은 22시 피크타임의 1.5배나 증가하였다. 2022년 4월 영업제한 시간이 24시까지로 조정되자 피크타임도 24시로 이동함과 동시에 택시 호출량은 22시 피크타임의 2.4배까지 급증하였다. 불과 2달 사이에 택시 수요의 피크타임은 22시에서 23시를 거쳐 24시로 빠르게 이동하였고, 피크타임 택시 호출량은 2배 이상이 급증한 것이다.
방역정책과 같은 한시적 조치가 아니더라도 택시 수요는 변한다.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패턴에 의해 나타나는 요일별 택시 수요의 차이가 대표적이다. 같은 평일에도 요일별로 택시 수요의 모습은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인다.
주말을 지나 평일이 시작되는 월요일과 주말을 앞둔 금요일의 시간대별 택시 수요를 보자. 출근시간대 택시 수요는 월요일과 금요일에 유사한 모습이다. 그러나 퇴근시간 이후에는 완전히 갈린다. 월요일은 출근시간대에 택시 호출량이 최대치를 나타낸 이후에 퇴근시간과 심야시간에는 상대적으로 피크타임 호출량이 낮다. 반면 금요일에는 퇴근시간 이후 택시 호출량이 출근시간대 이상으로 급증한다. 금요일의 퇴근시간 이후 택시 호출량은 월요일 같은 시간대보다 2.5배나 많다. 주말의 여파가 남아있는 월요일은 일찍 귀가하는 사람이 많고,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는 소위 “불금”을 즐기는 사람들의 택시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이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크다. 같은 서울시라고 하더라도 지역별 수요의 차이는 극심하다. 예를 들어, 심야시간 강남구의 택시 호출량은 ‘강북 3구’의 택시 호출량 전체를 합친 것보다 최대 10배나 많다. 강남구는 절대적인 호출량도 많을 뿐만 아니라 심야 시간대에 호출이 급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반면 노원구, 강북구, 도봉구 등 ‘강북 3구’는 심야 시간대보다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에 택시 호출량이 더 많다. 업무시설과 상업시설이 밀집한 강남구와 거주지의 비중이 높은 ‘강북 3구’의 특성에 따라 택시 수요 양상도 매우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대형 콘서트, 스포츠 경기, 축제와 같이 많은 사람이 밀집하는 대형 이벤트 역시 택시 수요의 급증을 초래한다. 코로나19로 중단되었다가 3년 만에 다시 개최된 ‘워터밤 2022 서울’의 사례를 보자. 워터밤은 서울 올림픽주경기장 특설 무대에서 2022년 6월 4주차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 동안 열렸다. 당시 인근에는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하는 프로야구팀 두산 베어스의 주말 3연전이 있었고, 그 전주 주말에도 두산 베어스의 주말 3연전이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워터밤 무대가 설치된 올림픽주경기장에서는 바로 직전 주 토요일에만 ‘2022 드림 콘서트’가 열렸다.
대형 이벤트가 며칠간 열리느냐에 따라서 택시 수요는 요동쳤다. 야구경기와 함께 워터밤 공연이 열렸던 6월 4주차 금요일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의 택시 호출량은 야구경기만 열렸던 전주 대비 무려 1608%나 급증하였다. 반면, 직전 주에 드림콘서트가 개최되었던 토요일 택시 호출량의 증가율은 전주 대비 0.99%로 사실상 변화가 미미했다. 워터밤 만큼이나 드림콘서트에 다수의 인파가 몰리면서 높은 수준의 호출량이 토요일 1주 간격으로 지속된 결과다. 워터밤 마지막날인 일요일에는 택시 호출량이 다시 전주대비 169%까지 급상승했다. 워터밤 공연 첫날인 금요일에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택시 대란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서 이미 빠르게 퍼져나간 상황이었지만 택시 호출량은 전주 대비 2배가 증가했다.
워터밤 공연이 열렸던 3일간 잠실종합운동장의 택시 호출의 지리적 분포도 택시 수요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1주일 사이 택시 호출량이 1608%가 급증한 금요일을 살펴보자. 야구경기만 열렸던 6월 3주차 금요일에는 야구장 인근의 지하철역에 택시 호출이 집중된 모습(노란색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야구경기와 함께 워터밤이 열렸던 6월 4주차 금요일은 택시 호출(파란색 점)이 잠실종합운동장 전체로 확대되었다. 행사가 끝난 이후 바로 이동을 선택한 관람객들이 행사장에서 미리 택시를 호출한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또한, 잠실종합운동장 출구에도 택시 수요의 집중도가 높게 나타났다. 대중교통이 끊긴 심야시간까지 뒷풀이를 하던 다수의 관람객들이 이동 동선에 따라 가까운 대로변에서 귀갓길 택시 호출을 한 영향으로 보인다.
직전 주와 거의 유사한 택시 호출량을 보인 토요일의 택시 호출 분포는 금요일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6월 3주차 토요일에는 야구경기와 함께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드림콘서트가 개최되었다. 드림콘서트가 끝난 이후 관객들이 택시를 호출한 영향으로 6월 3주차 택시 호출 분포(노란색 점)는 잠실종합운동장 전역에서 걸쳐 있다. 워터밤이 열린 6월 4주차 토요일의 택시 호출 분포(파란색 점)와 유사하게 공연이 끝난 이후 택시를 부른 관객들의 영향이 컸다.
택시 수요는 사람들의 일상 변화와 함께 요동친다. 같은 평일인데도 ‘불금’의 택시 수요는 주말 직후인 월요일 저녁의 2.5배 이상이다. 같은 시간, 같은 도시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서는 택시 호출량의 차이가 10배 이상인 것이 현실이다. 워터밤과 같은 대형 이벤트가 있을 경우 국지적으로 택시 수요가 집중되기도 한다. 택시 승차난이라는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천차만별인 택시 수요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공급에 대한 고민도 이어져야 한다.
<빅데이터로 살펴본 '택시대란'>은 3부작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수요편 (현재 아티클)  (2) 공급편 바로가기  (3) 종합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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