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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모빌리티 : (2) 플랫폼이 만든 택시 시장의 변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모빌리티>은 3부작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팬데믹 이후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바로가기  (2) 플랫폼이 만든 택시 시장의 변화 (현재 아티클)  (3) 모빌리티 빅블러와 미래 이동 바로가기
모빌리티 플랫폼은 택시 시장에 선제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택시 시장의 작동 메커니즘을 크게 바꾸었다. 과거에는 택시 시장에 내재한 시장 실패 요인을 보완하기 위해서 요금 규제, 운전자 규제, 차량 규제, 사업자 규제 등 다양한 규제가 불가피하였다. 그러나 모빌리티 플랫폼이 도입된 현재의 택시 시장은 모바일, 플랫폼, 데이터, AI 등 다양한 기술적 혁신에 힘입어 규제가 아닌 방식으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플랫폼 기반 운송업을 제도권 내로 수용하면서 이른바 ‘플랫폼 택시'가 도입되었다. 중형택시 일변도였던 시장에 브랜드 택시(플랫폼 가맹사업)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고급택시, 대형승합택시 등 택시의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면서 시민들의 선택권도 확대되었다. 2009년 최초로 도입되었던 택시 가맹사업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었지만, 플랫폼 기반의 가맹택시가 등장하면서 브랜드 택시도 시장에서 유의미하게 성장하였다. 과거 법으로 금지되었던 영업 행위도 플랫폼 택시 도입 이후 합법화 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거리두기 해제 이후 사회 이슈가 된 ‘택시 대란'처럼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하여 시장 기능의 작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플랫폼의 잠재력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고민해야 할 것들도 많은 것이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택시 시장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살펴보고, 시민들의 더 나은 이동을 위해서 모빌리티 플랫폼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한국 모빌리티 플랫폼의 특징 : (1) 택시 중심

우리나라 모빌리티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은 ‘택시 중심’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택시는 ‘길거리’에서 ‘갓등’(택시표시등)을 단 중형 세단 차량이 ‘미터기’로 요금을 측정해서 받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종류의 택시도 택시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해 왔다. 개인고용차량으로 번역하여 부르기도 하는 PHV(Private Hire Vehicle)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에서는 FHV(For-hire vehicle), 영국에서는 미니캡(mini cab), 싱가포르에서는 Private Hire Car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의 호출 전용 택시인 ‘리무진 택시’와도 유사하다. 기사가 포함된 차량 임차서비스(chauffuer)도 대표적인 PHV 서비스이다. PHV는 일반적인 택시와는 달리 길거리에서 손님을 태우는 ‘배회영업’이 불가능하고, 콜센터를 통한 예약 등 호출영업만 허용되는 여객 운송서비스다. PHV의 차량 외관은 일반적인 승용차와 거의 차이가 없고, 택시처럼 갓등이나 미터기도 달지 않는다.
미국의 대표적 모빌리티 플랫폼인 우버(uber)나 리프트(lyft)는 PHV 차량을 통해서 승차공유 영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플랫폼 택시에 상응하는 플랫폼 기반 여객운송 서비스를 TNC(transportation network company)라는 새로운 유형의 여객운송사업으로 제도화하여 합법화하였는데, 우버나 리프트 기사들은 PHV 차량으로 등록된 자가용이나 렌터카를 이용하여 영업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택시와 플랫폼의 결합이 두드러진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은 동일한 앱을 통해서 여러 서비스를 쉽게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의 TNC의 경우 사용 가능한 서비스는 지역의 시장 상황과, 규제 등에 따라 상이하지만, 하나의 앱을 통해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가 다양하다. 승차공유로 알려진 라이드 소싱(ride sourcing)부터 라이드 풀링, 카풀, 택시 호출, 음식 배달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택시 중심이냐 PHV 중심이냐 하는 것은 어떤 제도가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지역마다 택시 산업의 성장 배경과 구조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대타협 이후 나온 플랫폼 택시 제도 도입 방안을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이라고 명명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플랫폼은 '상생형 혁신(win-win innovation)'을 추구해왔다. 이는 일부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이 기존 사업자를 배제시키는 '제로섬 혁신(zero-sum innovation)'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되는 점과 비교되는 특징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지만, 기존 택시업계와 제도를 존중하면서 함께 발전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성숙한 측면이 있다.

한국 모빌리티 플랫폼의 특징 : (2) 배회영업 겸업

우리나라 모빌리티 플랫폼의 ‘택시 중심’이라는 특징은 ‘배회영업과 플랫폼영업의 겸업’이라는 특징으로 이어진다. 뉴욕이나 런던은 배회영업과 호출영업의 구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TNC 등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한 호출 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배회영업이 불가능한 PHV로 등록된 차량이 택시 시장의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서울은 배회영업 택시가 플랫폼을 통한 호출영업도 겸업하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뉴욕과 런던의 경우 배회영업이 가능한 옐로캡(뉴욕), 블랙캡(런던) 등 전통적 형태의 택시가 전체 택시 시장 차량의 각각 14%,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차량의 대다수는 승차공유 플랫폼과 연계된 PHV가 차지하고 있으며, 배회영업이 불가능하다. 반면, 서울 택시의 95%는 배회영업이 가능한 전통적 택시(중형택시, 모범택시 등)가 차지하고 있다. 국내는 PHV가 별도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호출영업 위주의 택시(고급택시, 대형승합택시 등)는 서울의 경우 5%로 집계된다. 다수의 국내 택시 기사들은 하루 중에도 배회영업과 플랫폼을 통한 호출영업을 언제든 쉽게 전환하면서 병행하고 있다. 승객들도 길거리에서 잡을 수 있는 택시를 앱을 이용해서도 언제든 부를 수 있다. 배회영업과 호출영업 시장이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모두 사실상 구분이 없다. 택시 시장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중형택시 등 전통적 택시와 모빌리티 플랫폼이 연결되어 ‘플랫폼 택시’가 만들어진 결과다.
미국이나 영국은 승차공유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여 PHV 차량의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택시 시장이 PHV 중심으로 완전히 변모하였다. 하루 영업 횟수도 승차공유가 전통적인 택시를 압도하고 있는데, 뉴욕의 경우 2022년 10월 기준 승차공유의 일평균 영업 횟수가 62.3만 건에 달하는데, 전통적인 택시인 옐로캡은 11.8만 건에 불과하여 승차공유가 5배 이상 많이 이용되고 있다. 뉴욕의 운전자수나 차량수도 승차공유가 택시의 각각 7.1배, 9.7배로 승차공유가 택시를 압도하는 규모로 성장하였다. 한편, 한 달 평균 영업일수는 택시와 승차공유가 각각 26.3일, 21.7일로 택시가 약 5일 이상 더 영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하루 평균 영업시간은 승차공유가 6.6시간으로 9.2시간인 택시보다는 짧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 모빌리티 플랫폼의 특징 : (3) 공급 위축

우리나라 모빌리티 플랫폼이 해외 시장과 다른 점은 시장의 공급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도입된 이후 해외 주요 도시에서는 플랫폼을 통한 호출영업을 하는 차량의 공급 규모가 크게 증가하였다. 반면, 우리는 플랫폼과 택시의 결합을 통한 호출 영업이 증가하였으나, 전체적인 택시 차량수는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도입되기 직전인 2009년만 하더라도 뉴욕(5.5만 대)은 서울(7.1만 대)에 비해서 택시(PHV포함) 공급 규모가 작았고, 런던(7.2만 대)은 서울과 거의 같은 규모였다. 그러나 모빌리티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시장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2022년 기준 뉴욕에는 10.9만 대의 택시가 등록되어 있는데, 2009년에 비해서 2배가 증가한 것이다. 런던도 같은 기간 32.8%가 증가하면서 택시수가 10만 대에 육박하고 있다. 뉴욕과 런던 모두 전통적인 배회영업 택시(옐로캡, 블랙캡 등) 차량은 감소하거나 소폭 증가한데 반해서, 플랫폼과 연계된 PHV 차량이 급속도로 늘어난 결과다. 반면, 서울은 같은 기간 택시수가 9.6%가 감소하면서 주요 도시에 비해서 공급이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택시(PHV포함) 수는 뉴욕이 12.4대, 런던이 10.8대인데, 서울은 6.8대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해외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택시 수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모빌리티 플랫폼이 도입된 이후 우리나라의 택시 공급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우리나라 택시 시장에 나타난 승차난 문제의 주요 원인이 경직적이고 위축된 택시 공급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공급 측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미국 뉴욕시에서도 택시 승차난이 이슈가 되었지만, 공급의 탄력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뉴욕시의 택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플랫폼 기반 여객운송서비스(TNC) 공급은 수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팬데믹으로 ‘셧다운’이 시행된 시기에는 공급과 수요 모두 4분의 1 수준까지 급락하였지만, 이후 수요와 공급 모두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사들의 진출입이 자유롭고, 탄력요금제 등 수급 상황에 맞게 가격 기제가 작동하는 만큼 수요에 따라서 공급이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기능 회복 필요한 우리나라 택시 시장

모빌리티 플랫폼의 확산 이후 앱을 이용해서 차량을 부르는 기본적인 서비스 형태나 적용된 기술은 해외나 국내나 유사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가야 할 곳으로, 내가 가야 할 시간에 내가 신뢰하는 서비스로 가는 방법"(OECD/ITF, 2016)에 있어서 앱으로 택시를 부르나, PHV 차량을 부르나 서비스에는 실질적인 차이는 없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와 해외 모빌리티 플랫폼은 공급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 택시 시장은 공급 측면의 위축과 경직성이 두드러진다. 택시 호출앱이 도입되면서 편리하게 택시를 이용하는 문화가 자리잡았고, 가맹택시, 대형승합택시, 고급택시 등 다양한 형태의 택시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플랫폼이 도입되기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던 택시 시장 전반의 정체에 따른 기사 부족과 기사 고령화 문제는 계속되었다. 2022년 4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수요가 급격히 회복한 이후에도 공급측 문제는 이어졌다.
택시 시장은 오랜 기간 배회영업을 전제로 시장 규칙을 만들어 왔는데, 플랫폼 기반의 호출영업과는 호환되지 않는 규칙들도 존재할 수 있다. 배회영업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우리나라와 해외 도시의 모빌리티 플랫폼이 다른 이유도 이러한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는 시장 규칙을 찾기 위해서는 택시 시장에 규제는 왜 필요했으며, 모빌리티 플랫폼이 도입된 이후 택시 시장은 어떤 변화에 직면하게 되었을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플랫폼, 디지털 기술에 기반하여 현대화된 시장

택시 시장에 도입된 플랫폼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플랫폼은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에 기반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이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이다. 플랫폼을 통해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쉽게 소통하고 할 수 있게 되면서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거래를 가로막는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거래하는 과정에서 수반하는 모든 비용을 의미하는 거래비용은 거래 상대방을 탐색하는 비용, 거래 상대방과 협상하는 비용, 거래 이후 약속한 거래 내용을 실제로 이행하도록 하는 감시하는 비용 등을 포함한다. 플랫폼은 새로운 구매자나 판매자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주고, 표준화된 거래 방식으로 협상 비용을 낮추고, 거래 이행을 잘했는지 상호 평가하고 공유하는 평판 시스템을 통해서 거래의 신뢰성을 높인다. 결과적으로 플랫폼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서 거래비용을 낮추어서, 시장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현대화된 시장이다.
택시 시장에 도입된 플랫폼은 오랜 기간 시장 기능이 불완전하게 작동했던 시장을 현대화된 시장으로 바꾼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등장하기 이전에 존재했던 택시 시장은 ‘배회영업’이라는 특징으로 인해서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길거리에서 서로 만나게 되는 승객과 기사 등 거래 당사자들은 서로를 믿고 거래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전에 가격, 품질, 진입자격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여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질 수 있도록 해왔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정부의 규제를 통해서만 제대로 작동하던 시장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서 거래 상대방들이 서로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바꾸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1982년 법으로 금지되었던 ‘택시 합승'은 플랫폼에 힘입어 2022년 40년 만에 합법화되었다. 합승은 승차공유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1970~80년대 당시에는 기사에 의해서 임의로 ‘합승’이 이루어지면서 택시의 대표적인 횡포로 꼽혔고, 모르는 사람과의 탑승에서 오는 불안감과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는 안전상의 문제점으로 1982년 법으로 금지되어 왔었다. 2010년대 들어서 모빌리티 플랫폼이 도입되면서 해외에서는 플랫폼 기반의 ‘라이드 풀링’ 서비스가 대도시의 교통문제 해결 방안으로 주목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했었지만, 국내에서는 심야콜승합 서비스가 등장했다가 사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서 앱기반 동승 서비스가 시범 운영된 이후 법 개정을 통해서 2022년 1월부터 합법화 되었다. 플랫폼을 통한 합승은 신원이 확인된 승객이 본인의 의사에 따라 탑승이 가능하고, 요금도 자동 산정되어 승객들이 나눠 지불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장점이 택시 제도로 인정되어 수용된 것이다.
[BOX] 대공황 시기 확립된 현대 택시 시장 규제의 틀, <QQE framework>
택시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유사한 형태로 서비스되어 왔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미국 뉴욕에서 확립된 택시 규제 체계가 전 세계로 확산된 영향이 크다. 택시 시장은 시장의 기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양(quantity), 질(quality), 가격(economic controls)까지 정부가 통제하는 규제체계를 가지는데, 이를 ‘QQE framework’라고 부른다. James Cooper & Ray Mundy(2010)에 따르면, 이러한 형태의 특수한 규제체계는 1930년대 대공황을 거치며 미국 뉴욕시에서 자리 잡았고 이후 전 세계 도시 택시 규제의 표준으로 전파되었다.
배회영업으로 시작된 택시 시장은 거래되는 서비스의 성격, 거래 방식 등으로 일반적인 시장과 달리 쉽게 붕괴할 위험을 안고 있었다. 택시 시장의 역사가 우리나라보다 먼저 시작된 서구 선진국은 규제를 통해서 해법을 찾았는데, 뉴욕시에서 틀이 잡힌 QQE framework가 원형이다.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과 규제는 민간 공급자들이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유인이나 재량을 크게 제약하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택시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규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OECD는 2007년 택시 서비스 규제 개선에 대한 보고서 「Taxi Service Regulation and Competition」를 통해서 택시 규제의 종류와 근거를 정리하였다. 양적규제는 과잉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도입되었다. 정부는 택시 면허 발급을 통제함으로써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억제하여 택시 공급량이 정부가 기대하는 적정 수준에 머물 수 있게 하였다. 대신에 요금규제, 품질규제를 통해서 제한된 경쟁으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를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완화하는 전략을 채택하였다.
택시 시장의 질적 규제는 차량 규제(차령, 차량 타입 등), 운전자 규제(적성 검사기준, 복장, 지리적 숙지도 등), 사업자 규제(차고지, 사무실 등 시설 기준) 등 승객과 교통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도입되었다. 서비스 수준도 정부에서 미리 정하였다. 대중적인 택시(예: 중형택시)와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예: 고급택시) 등 택시 서비스 종류를 정부에서 정하고, 해당 서비스 수준에 맞는 차량, 복장 등 서비스 제공을 위한 품질 조건과 요금 체계도 사전에 정하였다.
정부는 택시 운임과 요금도 엄격하게 통제하여 왔다. 검증된 소수의 업체에서 생산하는 미터기를 이용하여 운임을 부과하도록 하였으며, 부당 요금 등의 사적인 분쟁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Demsey(1996)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정부는 시민들에게 큰 부담이 안 되는 수준임과 동시에 택시 사업자들은 최소한의 이윤을 가져갈 수 있도록 요금을 책정하는 대신, 택시 시장의 신규 진입을 막아서 경쟁으로부터 기존 사업자를 암묵적으로 보호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과거 택시 시장은 왜 붕괴의 위험에 노출되었을까?

택시 시장에 규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1984년 택시 시장을 경제적으로 분석하여 발간한 「An Economic Analysis of Taxicab Regulation」에서 시장실패의 이유를 정보 비대칭성, 외부성 등으로 정리하면서, 택시 시장에는 질적 규제, 경제적 규제(요금규제) 필요한 규제와 시장의 경쟁 강화를 위해서 완화해야 하는 규제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배회영업은 불완전한 정보, 불완전한 계약, 불완전한 품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도입된 이후에 진행된 연구들도 다수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Simon Harding et al.(2016)은 「Taxi apps, regulation, and the market for taxi journeys」에서 택시 시장에 필요했던 이유와 모빌리티 플랫폼 도입 이후의 변화를 조망하였다. OECD/ITF(2016)는 「App-Based Ride and Taxi Services:Principles for Regulatation」에서 기존의 진입규제, 사업구역 제한, 요금규제 등이 현재 도시의 모빌리티 수요의 실제와 맞지 않으며, 특히나 모빌리티 플랫폼 도입 이후의 시장 환경에도 부합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기존 문헌을 토대로 택시 시장에 규제가 필요했던 이유는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얇은 시장 문제, 과잉공급 문제, 신뢰재 문제가 그것이다.

1) 얇은 시장

먼저, ‘얇은 시장 문제(The thin market problem)’이다. 얇은 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소수만 있는 시장을 말하는데, 과거 배회영업이 주로 이루어지던 택시 시장이 대표적 사례이다. 택시 수요는 승객의 위치에 따라 도시의 지역 전체에 골고루 퍼져있고, 기사가 도로를 배회하다가 우연히 승객을 마주칠 경우 매칭이 일어난다. 콜택시의 경우에도 콜센터의 직원이 승객과 기사의 위치 정보를 중개하여 배차하는 수작업에 기반하면서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거래의 건수가 제한적이긴 마찬가지다. 이렇게 얇은 시장은 마치 유동성이 낮아서 잘 거래되지 않는 주식 종목처럼 소수의 거래에 따라서 가격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배회영업에서는 소비자가 택시 서비스 및 가격을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만약, 요금이 규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거리에서 택시를 부르는 승객은 다음 택시까지의 대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며, 다음 택시에서는 요금이 얼마나 될지 확신하지 못한다. 대기 시간은 택시 서비스 품질의 중요한 요소인데, 승객은 택시 서비스의 가격과 품질 모두에 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하는 것이다. 승객은 다음 택시를 잡을 때까지 먼저 만난 택시와 비교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당한 수의 기사가 시장에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거리에서 만나는 개별 승객에 대해서는 독점 가격 책정이 가능하다. 승객이 불리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요금규제 등이 필요하였다.

2) 과잉공급

택시 시장이 안고 있는 두 번째 실패요인은 국지적 ‘과잉공급 문제’이다. 택시 시장이 선진국 도시에 출현하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택시 시장에는 진입규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누구나 원한다면, 차량을 가지고 길거리에서 유상 운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택시 수요는 도시 규모로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대도시라 하더라도 시장 규모는 인구와 지리적 한계가 있다. 한정된 수요 상황에서 공급이 지속되면 택시 기사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공급의 지리적 쏠림이 심해진다. 기사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빈차로 승객을 찾는 것을 최소화하고, 공항이나 호텔의 택시 승강장에서 대기하려는 경향이 심해진다. 비교적 수요가 예상되는 지역에는 공급이 과도하게 쏠리고, 나머지 지역은 택시를 찾기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
서비스 품질도 악화된다. 택시 기사들은 한정된 수요 속에서 수입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 경로 우회, 불친절, 교통법규 위반을 일삼게 될 유인이 커진다. 이는 승객 외면으로 이어져 수요가 더 하락하며 택시 시장은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기사들의 운행을 일일이 단속하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는 진입규제를 통해서 과잉공급을 억제함으로써 시장 실패를 막아야 했다.

3) 신뢰재

마지막으로 택시 시장의 실패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신뢰재 문제(The credence good problem)’로 인한 정보 비대칭이다. 의료서비스, 자동차 정비 서비스 등과 같이 택시 서비스도 소비자가 서비스 품질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들다. 기사가 운전이 서툴거나 차량에 문제가 있는 경우 승객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승객은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사, 차량에 대해서 사전에 상세히 알지 못한다. 더 나아가서 택시 서비스를 이용한 후에도 서비스의 품질이 가격에 비해서 적정했는지, 기사가 승객을 속이고 바가지요금을 청구한 것은 아닌지 쉽게 알기 어렵다.
예를 들어, 처음 도시를 방문한 관광객의 입장에서 택시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보자. 관광객은 현지의 길에 대해서 잘 모르고, 요금 체계도 낯선 경우가 많다. 반면, 기사는 경로와 예상 요금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관광객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까지도 잘 알고 있다. 승객인 관광객과 현지 택시 기사 사이에 이른바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경우 관광객은 택시를 타고 하차한 이후에도 경로를 일부러 우회해서 왔는지, 부당하게 할증요금이 부과되었는지 쉽게 알지 못한다. 택시 서비스를 이용한 이후에도 지불한 가격이 서비스 품질에 맞는지 쉽게 알기 힘든 것이다. 실제로 Balafoutas et al.(2011)은 그리스 아테네에서 현지인, 외국인 등 다양한 승객 구성을 통해서 실험을 해본 결과 현지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 요금을 더 내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면서 택시 서비스는 전형적인 신뢰재임을 증명하였다.
택시 서비스를 신뢰재인 상태, 즉, 승객과 기사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내버려 둔다면, 승객은 구조적으로 안전에 위협을 받고, 부당한 요금을 내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장 상황이 계속되면 이른바 ‘나쁜’ 기사들만 시장에 남게 되고, 승객은 택시 시장을 이탈하면서 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 정부는 택시 서비스 품질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규제를 통해서 개입할 필요성이 높았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택시 시장의 성격을 어떻게 바꾸었나?

택시 시장에 모빌리티 플랫폼이 도입된 것은 택시 시장이 본질적으로 보유한 시장 실패를 규제가 아닌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택시 시장이 안고 있던 한계도 기술을 통해서 보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택시 시장을 얇은 시장에서 두꺼운 시장으로, 과잉공급 문제로 진입규제가 필요했던 시장에서 탄력적인 공급이 가능한 열린 시장으로, 신뢰재에서 기인하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데이터에 기반한 투명한 시장으로 바꾸었다.

1) 두꺼운 시장

모빌리티 플랫폼은 모바일에 기반하여 저렴해진 커뮤니케이션 비용에 힘입어 택시 시장을 두꺼운 시장으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과거 호출영업을 위해서는 24시간 일정한 인원이 상주하는 콜센터, 무전기나 이동전화, 택시 미터기, 카드결제기 등이 구비되어 있어야 했지만, 모빌리티 플랫폼은 대량으로 생산되어 보급된 스마트폰과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앱, 그리고 플랫폼 회사의 서버를 통해서 쉽게 대체하였다. 과거 기사들은 택시 영업을 위해서 다양한 하드웨어 장비들이 필요했지만, 스마트폰의 앱, 즉, 소프트웨어와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의 기술 인프라가 이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나아가 호출영업을 위해서는 승객-콜센터, 콜센터-기사, 기사-승객 등 3자간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했지만, 모빌리티 플랫폼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GPS 센서 등을 이용하여 콜센터 없이도 기사와 승객이 실시간으로 위치 정보를 주고받으며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함에 따라서 전 세계 택시 시장은 배회영업에서 호출영업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었다. 기사와 승객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서 매칭이 되던 얇은 시장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시야 밖에서도 기사와 승객이 위치 정보를 쉽게 주고받으며 적극적으로 거래 상대방을 찾을 수 있는 두꺼운 시장으로 바뀌었다. 모빌리티 플랫폼에 더 많은 승객과 기사가 유입될수록 더 적합한 거래 상대방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앱으로 승차하는 문화는 스마트폰의 보급 속도와 함께 선진국, 신흥국을 막론하고 빠르게 확산되었다. 자연스레 배회영업보다는 플랫폼을 통한 호출영업이 택시 시장의 한축을 차지하기 시작하였고, 과거 얇은 시장을 전제로 만들어진 택시 규제들은 새롭게 검토해야 할 여지도 커지게 되었다.

2) 탄력적인 시장

커뮤니케이션 비용 하락으로 두꺼워진 시장은 고도화된 배차 시스템을 통해서 탄력적 가격 조정과 공급이 가능해졌다. 택시를 타기 전까지 기사와 승객의 의사소통이 제한적인 배회영업은 물론이고, 과거의 호출영업도 기술적 한계로 인해서 하기 힘든 것이었다. 과거 전화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호출영업은 배차를 담당하는 직원과 전화 회선 등의 한계로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호출수가 제한적이다. 수요가 단기간에 쏠리는 경우 배차를 받지 못해서 대기하는 승객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반면, 모빌리티 플랫폼은 앱을 설치한 모든 기사와 승객의 위치에 따라서 최적의 매칭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배차 알고리즘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다량의 호출을 24시간 처리할 수 있다.
도시 전체에 흩어져 있는 승객과 기사 사이에 정보를 주고받으며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수요와 공급의 매칭 확률을 높이기 위한 가격 조정도 이루어질 수 있다. 승객은 해당 지역의 수요와 공급 상황에 맞게 실시간으로 산정된 요금 수준을 보고 호출할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검토 후에 발생한 호출을 기사는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승객의 지불 의사, 기사의 수락 의사에 따라서 택시 시장에 실시간 경매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거에 비해서 보다 효율적인 자원 분배가 시공간적으로 가능해졌다.
공급 측면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났다. 미국 등에서는 영업용 허가를 받은 개인 차량들도 스마트폰앱을 통해서 여객운송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면서 동일한 차량을 개인용, 영업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여객 수요가 급증하는 피크타임에는 플랫폼이 제시하는 높은 요금에 따라 잠재적인 기사들이 공급에 가세하면서 시장의 불균형 완화가 가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모빌리티 플랫폼의 고도화된 배차 시스템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공급 방식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동일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복수의 승객을 동시에 탑승하게 하는 라이드 풀링이 대표적이다. 승객이 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면 실시간으로 경로가 유사한 승객을 탐색하여 함께 이동함으로써 동일한 차량으로 더 많은 승객이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개별 승객은 더 저렴한 요금을 부담하고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3) 투명한 시장

모빌리티 플랫폼은 데이터를 활용해서 신뢰재에서 기인하는 정보 비대칭성을 크게 완화시켰다. 운송 서비스의 운행 전과 운행 도중, 운행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불확성성이 크게 낮아졌다. 승객과 기사가 앱을 통해서 상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 영향이 크다.
우선 승객은 불특정 다수의 기사 중 한 명과 매칭되는 상황에서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차량 탑승 전에 기사의 프로필과 평점을 확인하여 기사의 서비스와 차량 등에 대한 품질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 차량을 탑승한 이후에도 실시간으로 경로를 확인할 수 있어서 우회로 인한 부당 요금에 대한 리스크도 낮출 수 있다. 운행 후에는 운행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요금 분쟁을 줄임과 동시에 필요한 경우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빠르게 접수하여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카카오 T 택시는 택시 호출 시 택시 종류를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사전에 소요시간과 예상요금에 따른 경로 선택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승객 개인의 지리적 숙지여부나 택시 기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던 부분을 승객이 사전에 인지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사에게도 영업 상 다양한 위험 부담을 줄이는데 기여한다. 기사 입장에서는 호출한 승객의 위치까지 다른 승객을 받지 않고 이동하였지만 승객이 탑승하지 않는 ‘노쇼 리스크’가 영업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데, 플랫폼에서는 노쇼에 대한 페널티를 부과함으로써 이를 완화할 수 있다. 간혹 마주하게 될 수 있는 ‘나쁜 승객’에 대해서도 승객에 대한 평점 정보 등으로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을 활용한 효율적인 동선을 승객과 공유함으로써 요금 분쟁으로 인한 갈등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만든 편익과 비용의 변화

모빌리티 플랫폼에 기반하여 ‘두꺼운 시장’, ‘탄력적인 시장’, ‘투명한 시장’이 된 택시 시장은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사와 승객 모두의 순편익을 높여주었다. 우선, 기사들은 과거에 비해서 승객을 수배하기 위한 탐색 비용이 크게 감소하였다. 배회영업에서는 승객이 많은 곳에 대한 정보, 길거리의 승객이 택시를 탈 의향이 있는지 알아채는 능력, 빈차 운행시간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이동 동선 등에 대한 개별 기사들의 경험치가 영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그러나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해서 기사와 승객이 쉽게 매칭될 수 있게 됨에 따라서 기사들이 감당해야 했던 탐색비용은 크게 감소하게 되었다.
기사들이 부담해야 했던 탐색비용의 감소는 승객 수배를 용이하게 해서 택시의 영업 효율을 높여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Cramer & Krueger(2016)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도시의 경우 승차공유 플랫폼의 PHV 기사는 전통적인 택시 기사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운행거리를 승객과 함께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즉, 플랫폼을 통한 호출영업이 배회영업보다 실차시간과 실차거리 등 실차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더 나은 알고리즘, 더 큰 규모 효과, 유연한 기사 공급은 호출영업의 성과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인한 영업 효율 개선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카카오 T 블루는 중형택시 시장에 도입된 플랫폼 가맹택시이다. 카카오 T 블루는 블루미터라고 불리는 별도의 장치를 통해 앱을 통한 호출영업 데이터뿐만 아니라 배회영업에 대한 데이터도 축적해 왔다. 이를 통해서 그동안 제한적으로 파악되어 왔던 중형택시의 배회영업 행태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로 카카오 T 블루(서울 택시 기준)의 거리 실차율(총 운행거리 중 승객을 승차시킨 상태에서 운행한 거리의 비율)을 분석해 본 결과 호출영업 횟수가 많을수록 거리 실차율도 비례하여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시 전체 택시의 거리 실차율은 가장 최근에 공개된 수치 기준(2019년)으로 60.1%로 나타난다. 개인택시 57.6%, 법인택시 62.6%를 단순 평균하여 산출된 수치다. 국토교통부의 「택시 사업구역별 총량제 지침」에서 제시한 목표 거리 실차율 63%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플랫폼을 통한 호출영업의 경우 배차 이후 승객을 픽업하기 위해서 이동하는 거리는 기존 배회영업 중심의 실차율 산정 방식에서는 공차로 산정되고 있는데, 「제4차 서울특별시 택시총량제 산정을 위한 학술연구용역」에서 호출영업의 픽업 거리를 실차율로 환산하면 거리 실차율은 최대 64.95%로 나타난다.
카카오 T 블루의 실차율은 2022년 1분기 기준 70.1%로 나타난다. 서울 중형택시 전체의 실차율 60.1%에 비해서 약 10%p가 높은 수치다. 픽업거리를 실차율 산정에 반영할 경우 실차율은 8.1%p가 더해져 최대 78.2%로 높아진다. 서울 중형택시의 실차율에 픽업거리를 반영한 65.0%보다는 13.2%p가 높은 수치이다. 카카오 T 블루와 같이 플랫폼을 통해서 호출영업을 많이 할수록 승객 없이 빈차로 운행할 확률이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 수치로 잘 나타난다.
플랫폼을 통한 영업 효율 개선은 기사나 택시 사업자의 편익에만 그치지 않고 환경적 측면에서도 편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아주대학교 지속가능도시교통연구센터의 이규진 교수와의 협동 연구를 통해서 카카오 T 블루와 평균적인 서울 택시의 실차율과 실차와 공차시 평균 이동 속도를 고려하여 연간 대기 환경비용을 환산해 보았다. 분석 결과 플랫폼을 통한 영업 효율 개선은 택시가 승객 없이 운행하게 되는 공차 거리를 줄이게 되어 대기환경 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차로 인한 대기환경 비용은 카카오 T 블루가 일반적인 서울 택시에 비해서 연간 1대 평균 25.1%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꺼워진 택시 시장은 승객에게도 편익을 제공한다.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기사의 탐색 비용이 감소하는 만큼 승객도 택시를 쉽게 잡을 수 있다. 카카오 T 블루의 배회영업과 카카오 T 택시 호출영업의 탑승 위치 분포를 보면, 배회영업은 대로변 중심에 몰려있는 반면에 호출영업은 이면도로, 건물인근 등 대로변이 아닌 곳에서 택시 탑승이 더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플랫폼을 통한 호출영업이 활성화된 영향으로 승객들이 택시가 자주 이동하는 대로변까지 이동하지 않아도 택시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플랫폼으로 인해서 승객이 얻은 편익은 어떻게 측정해 볼 수 있을까? 우선, 택시 수배를 위한 이동거리의 감소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카카오 T 택시 호출을 하지 못했을 경우 가장 가까운 배회영업 탑승지에서 탑승이 이루어진다는 가정하에 2022년 11월 강남구의 택시 탑승 약 170만 건을 대상으로 분석해 보았다. 블루미터를 통해서 그동안 쉽게 파악하기 힘들었던 배회영업의 승하차 지점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카카오 T 택시 호출을 통해서 탑승한 승차 위치와 배회영업으로 탑승한 승차 위치의 평균 최단거리를 계산해 보면 442.4m로 나왔다. 일반적인 역세권의 반경을 도보 5분 내외 거리인 500m로 잡는 것으로 생각해 본다면, 플랫폼으로 택시 수배가 용이해 짐에 따라서 승객들은 역세권 외곽에서 역세권 중심의 도시철도역까지 이동하는 거리와 시간만큼을 절약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으로 인한 승객의 편익은 택시 서비스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대기시간의 감소로도 측정할 수 있다. 특히, 카카오 T 택시는 AI 배차시스템 등 플랫폼의 배차 성능 개선과 카카오 T 블루 등 플랫폼과 연계성이 높은 택시 공급을 확대하여 배차 소요시간을 크게 감소시켰다.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 2021」을 통해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기준 19.6초였던 배차 소요시간은 4년 후인 2021년 상반기 8.0초로 59%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시간은 소비자 측면에서 서비스 품질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다. 배차 대기 시간에 따른 호출 취소율을 보면 승객이 택시를 호출하고 대기 시간이 15초를 경과한 이후부터 취소율은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한다. 특히, 배차 대기 시간 15초일 경우 9.8%였던 취소율은 불과 3초 후인 18초에는 28.8%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대기 시간이 줄어들지 못하면, 소비자들은 대체 수단을 찾아서 플랫폼을 떠나고, 이는 궁극적으로 공급자의 영업 축소로 연결될 수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만든 새로운 시장에 맞는 시장 규칙은 무엇일까?

모빌리티 플랫폼이 바꾼 택시 시장의 성격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두꺼운 시장’, ‘탄력적인 시장’, ‘투명한 시장’이 그것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스마트폰의 보급, 모바일 통신의 대중화 등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이 비용의 하락이 크게 영향을 미쳤고, 여기에 기반하여 플랫폼에 다수의 승객과 기사가 참여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축적된 데이터가 서비스 개선에 활용되는 선순환도 크게 작용했다. 이러한 기반 하에 고도화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배차 시스템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택시 시장에 가져온 ‘두꺼운 시장’, ‘탄력적인 시장’, ‘투명한 시장’은 탐색비용 감소, 정보 비대칭 완화,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대기환경 비용 개선 등 다양한 효용들을 만들었다. 길거리에서 이루어지던 불확실한 거래가 온라인 시장에 기반하여 믿을 수 있는 거래로 바뀌게 된 것이다. 과거 배회영업을 전제로 시장 실패를 막기 위해서 필요했던 규제는 플랫폼 기반으로 바뀐 시장을 감안하여 재검토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모빌리티>은 3부작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팬데믹 이후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바로가기  (2) 플랫폼이 만든 택시 시장의 변화 (현재 아티클)  (3) 모빌리티 빅블러와 미래 이동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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