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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살펴본 '택시대란' : (2) 공급편

<빅데이터로 살펴본 '택시대란'>은 3부작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수요편 바로가기  (2) 공급편 (현재 아티클)  (3) 종합편 바로가기
택시 공급은 사람들의 일상부터 사회적인 이벤트까지 다양한 요인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수요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특히, 승객 입장에서는 동질하다고 느끼는 개인택시와 법인택시가 공급 패턴에 있어서는 크게 차이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택시 승차난을 공급 측면에서 이해하는데 있어서 출발점은 개인택시와 법인택시를 나누어서 살펴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택시 면허대수(2022년 7월 기준)는 약 25만 개이며, 이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6.5만 개가 개인택시 면허이다. 개인택시 운전자수는 코로나19 이전과 거의 변함이 없다. 개인택시는 기사가 직접 면허와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사업자이고, 영업을 그만둘 경우 면허 양수도가 이루어지는 만큼 면허대수와 운전자수의 변동이 크지 않다.

낮시간대로 고착화된 개인택시 운행 패턴

공급 측면에서 개인택시는 총량보다는 시간대별 운행 패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인택시는 기사 본인이 사업주인만큼 언제 얼마나 운행할지를 기사가 스스로 결정한다. 시간대별 운행 현황을 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하는 기사들이 다수다. 퇴근시간대인 오후 6시 이후에는 개인택시 운행을 종료하는 추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자정에 이르면 낮시간대에 비해서 절반 이하의 개인택시들이 운행한다. 낮시간대에는 개인택시가 법인택시의 2배 이상 규모로 운행되기도 하지만, 심야시간대에는 법인택시와 개인택시의 운행대수 차이가 좁아지고, 새벽 2시 이후에는 법인택시가 오히려 더 많이 운행한다.
개인택시의 운행패턴은 기사의 연령에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1950년대생 이상인 고령 기사의 운행패턴은 개인택시 전체 운행패턴과 유사하다. 심야시간 운행을 적게 하고, 낮 시간대에 주로 운행하고 있다. 개인택시 기사들의 고령화가 오랜 기간 진행되어 온 만큼 개인택시 운행패턴도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1980~90년생인 이른바 MZ세대 개인택시 기사는 운행패턴이 다르다. 가장 운행을 많이하는 시간이 오후 9시 전후의 야간시간대다. 고령기사가 낮 시간대 주로 운행을 한다면, MZ세대 기사는 야간시간대에 운행이 몰려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6월말 기준 서울 개인택시 기사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인 반면, 20대와 30대 개인택시 기사는 0.4%에 불과하다. 개인택시의 다수를 차지하는 고령 기사들의 운행 여부에 따라서 시간대별 택시 공급도 크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개인택시 기사들이 퇴근시간 이후 오히려 운행을 마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심야시간 높은 수요로 인해서 승객 수배가 용이하고, 심야할증으로 인해서 수익성도 상대적으로 높은 심야시간대 운행이 저조한 이유가 무엇일까? 최근 대한교통학회에서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심야 시간대 운행하지 않는 이유로 다수의 응답자가 ‘심야 탑승객 응대가 어려워서’(45.2%), ‘심야 시간대 할증 요금이 부과되더라도 낮은 요금’(44.4%)을 꼽았다. 심야 운행 특성 상 기본적으로 신체적 피로도가 높고 주취 폭언, 폭행의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할증 요금이 부과되더라도 노동 강도와 위험을 감내할 정도의 수익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심야 시간대 운행을 기피하는 이유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앞서 연령대별 개인택시 기사들의 운행패턴과 연관시켜 본다면, 젊은 기사보다는 고령의 기사들이 심야 운행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택시 공급의 한축을 차지하는 개인택시 기사들의 심야시간대 운행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심야시간 운행의 위험을 줄이고, 위험에 상응하는 수준의 충분한 보상이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의무휴업제 등 개인택시 기사의 근무를 제한하는 수단은 오랫동안 존재해 왔지만, 공급이 부족한 시점에 개인택시 공급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BOX] 안심보험으로 살펴본 심야 시간 택시기사들의 고충
심야 운행을 하는 기사는 신체적, 정신적 폭력에 노출될 위험을 안고 있다. 택시 기사가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건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카오 T 택시는 블루, 벤티, 블랙, 프로 멤버십 기사를 대상으로 별도의 부담없이 택시운행 중 폭력피해, 강력범죄 등의 피해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안심보험’을 제공 중이다. 안심보험의 사고 접수 내용을 살펴보면 택시 기사들이 심야 시간에 겪는 고충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
 사례 1 기사에게 폭언과 함께 침까지..
A씨는 지난해 연말 택시기사가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였음에도 무시하였고, 재차 요청하자 택시기사에 폭언을 퍼부었다. 택시 기사가 운행을 거부하고 하차를 요구하자 분이 풀리지 않은 A씨는 기사에게 침을 뱉고 폭행을 하였다. A씨는 도주하였다가 목격자의 신고로 인해 경찰에 체포되었다.
 사례 2 폭행 후, 성추행으로 무고
B씨는 일행과 함께 택시에 탔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가운데 이들은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더니 택시가 느리다며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택시기사 C씨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B씨는 C씨를 때리며 자신을 무시한다며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C씨가 요금소 앞 갓길에 차를 세우고 경찰에 신고하자, B씨는 운전석 쪽으로 팔을 뻗어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다. 또 C씨의 안경과 머리카락 등을 잡아당겼다. 그러면서 폭언도 지속했다. 경찰이 출동한 뒤 B씨는 C씨가 자신을 성추행하고 성폭행하려 했다며 거짓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 C씨는 이 사건 이후 한동안 낮에만 택시를 운행했다.
이러한 사례 외에도 승객이 기사 폭행 과정에서 검사를 사칭한 사건, 승객이 기사를 향해 포장된 음식물을 집어던진 사건 등 다양한 폭행 피해가 발생하였다. 기사 폭행의 주된 이유는 마스크 착용 요청으로 인한 시비, 경로 및 요금 문제, 그리고 차내 음식물 취식으로 인한 시비이며 대부분 주로 승객이 주취상태일 때에 우발적으로 기사 폭행사건이 발생한다.

엔데믹에도 계속되는 법인택시 기사의 공백

택시 공급의 다른 한 축은 택시 면허의 나머지 3분의 1을 차지하는 법인택시다. 법인택시는 택시 회사가 면허와 차량을 보유하고, 기사를 고용하여 운행한다. 시간대별 운행대수의 편차가 큰 개인택시에 비해서 법인택시의 운행 대수는 시간대에 관계없이 꾸준히 유지되는 경향을 보인다. 2인 1차, 주간/야간 기사가 교대 근무를 통해서 운행하는 법인택시가 많은 영향이다. 특히, 낮시간대 주로 공급이 이루어지는 개인택시와 달리 법인택시는 심야시간대 운행 비중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낮시간대 운행 패턴이 고착화된 개인택시와는 달리 법인택시는 코로나19 이후 공급 수준 자체가 크게 하락한 것이 두드러진다. 법인택시는 면허를 받고 등록한 차량이 있더라도 기사 수급이 어려울 경우 운행이 어렵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 법인택시 면허대수는 3% 감소한 것에 불과하지만, 10만명이 넘었던 운전자수가 올해 7월에는 7만 4천명으로 29%가 감소한 상황이다. 특히, 심야시간대 운행 감소가 두드러진다. 카카오 T 택시를 이용한 법인택시 기사들도 코로나19를 전후로 평균 26%가 하락하였는데, 야간시간대는 최대 37%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택시 기사의 이탈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택시 수요의 회복도 오랜 기간 지체되었고, 기사들의 수입 감소 기간도 길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생활패턴의 변화로 음식배달, 택배 등이 급성장하면서 운수업이라는 유사한 업종 내에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커졌다. 법인택시 기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오래 지속된 것이다.
문제는 거리두기 해제로 택시 수요는 빠르게 회복하였지만, 법인택시 기사의 회복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법인택시 기사의 직업적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회복되지 못한 것이다. 우선 수입측면에서 여전히 법인택시 기사의 평균 수입이 유사업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음식배달, 대리, 퀵 등은 수요와 공급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요금이 결정되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수요가 급증하는 피크타임에는 종사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수입도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반면, 택시의 경우에는 요금 수준이 길게는 4~5년 전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출근피크, 퇴근피크, 심야피크 등 다양한 시간대에 집중되는 수요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간과 정해진 할증 요율에 따라서 제한적으로만 요금 변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법인택시 기사의 근무형태도 제약이 많고 유연성도 떨어진다. 음식배달, 대리, 퀵 등은 공급을 위한 법적 제약이 낮고, 무엇보다도 필요한 경우 원하는 만큼,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쉴 수 있는 업무의 자율성이 높다. 반면, 법인택시는 별도의 자격증을 취득해야하고, 1일 2교대 및 주 6일제가 여전히 업계의 기본적인 근무형태다. 또한, 운행 시작을 위해서는 주로 시외곽에 위치한 차고지까지 이동하여 교대 준비를 해야한다는 점도 구직자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편, 2021년부터 개인택시 면허 취득 요건이 완화되면서, 법인택시 기사를 하지 않아도 누구나 5년 무사고 경력만 있다면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되었다. 근무형태의 제약이 많은 법인택시보다 자율성이 높은 개인택시 면허 취득을 우선 고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가능성도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법인택시 기사의 고령화는 더 심각해졌다. 2022년 6월말 기준 서울 법인택시 기사의 65%가 60대 이상이다. 50대는 30%이고, 40대 이하는 5.3%에 불과하다. 반면, 고용노동부에서 2022년 4월에 발표한 플랫폼 종사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배달, 대리, 퀵 등 3개 업종 종사자의 65%가 40대 이하였고, 60대 이상은 10%에 불과했다. 특히, 소득 활동이 가장 활발한 40대의 비중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29%로 나타났고, 50대(25%), 30대(23%)도 골고루 높게 분포했다.
택시 기사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자리잡은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택시 기사들이 기대할 수 있는 수입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동시에 ‘1일2교대’를 벗어나 보다 다양한 형태의 근무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업종간 구분이 점점 더 약해지고 있는 만큼 음식배달, 퀵, 택배, 대리 등 유사 업종간 인력유치 경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 택시 승차난의 한 축인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이 과거보다 더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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