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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살펴본 '택시대란' : (3) 종합편

<빅데이터로 살펴본 '택시대란'>은 3부작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수요편 바로가기  (2) 공급편 바로가기  (3) 종합편 (현재 아티클)
택시 시장의 오랜 고질병이었던 택시 승차난은 최근 거리두기 해제로 택시 수요가 급증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특히, 심야시간 이동의 제약이 해제되면서 ‘불금’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강남’과 같은 도심지에 더 몰리면서 택시 수요의 시공간적 집중 경향도 심화되었다. 그러나 고령의 개인택시 기사들은 낮시간대 집중된 운행패턴을 유지하고 있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이탈한 법인택시 기사들의 공백은 거리두기 해제 후에도 여전히 메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요동치는 택시 수요와 경직적인 택시 공급의 만남이 만들어내고 있는 택시 승차난의 해법은 무엇일까? 심야시간에 증가하는 택시 수요와 달리 택시 공급은 왜 감소할까? 수요자인 승객과 공급자인 기사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같은 요인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엇갈리는 상황을 통해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일상의 많은 요인들이 택시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만, 날씨는 수요와 공급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기에 좋은 요인이다. 특히, 비오는 날과 심야시간은 닮아 있다. 비가 오는 날은 심야시간대와 마찬가지로 택시 호출은 증가하지만, 택시 공급은 오히려 감소한다. 비오는 날 택시 수요와 공급의 변화를 통해서 택시 승차난의 해소 방향에 대해서 살펴보자.

비가 오면 택시는 왜 더 안잡힐까?

비가 오면 택시 잡기가 어려워진다. 많은 사람들이 비오는 거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는 한다. 평소에는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이동하던 사람들도 비가 오면 택시를 더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비를 피해서 아예 귀갓길을 서두르기 위해서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옷이 젖거나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고, 쾌적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하고자 하는 수요가 평소보다 자연스레 증가한다. 비는 평소보다 더 많은 손님을 부르지만, 기사의 입장에서는 비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비오는 날 택시 수요는 얼마나 증가할까? 비의 양에 따라서는 얼마나 변화할까? 공급은 어떻게 변할까? 택시 수요는 요일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여, 요일이 같으면서도 날씨가 ‘맑음-비-폭우’였던 올해 7월 25일, 8월 1일, 8월 8일의 택시 수요와 공급을 분석해 보았다.
2022년 8월 8일 월요일은 수도권에 침수 차량 대란을 초래한 ‘100년만의 폭우’가 내린 날이다. 당시 오후부터 굵어지기 시작한 비는 저녁에 집중호우로 이어지며 서울지역 평균 강우량은 129.6mm를 기록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기 1주일 전인 8월 1일 월요일은 새벽에 약 30mm에 가까운 비가 내렸고, 이후에는 맑은 날씨가 이어졌다. 또 1주일 전인 7월 25일 월요일은 하루 종일 맑았다. 이렇게 시간대별로 비가 엇갈리며 내렸던 7월말~8월초 월요일을 살펴보면, 비가 택시 수요에 미친 3가지 효과를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비가 오면 택시 수요는 증가한다. 이른바 ‘강우 효과’가 존재한다. 8월 1일 새벽 시간대에는 30mm 정도의 비가 내렸는데, 택시 호출량은 전주 대비 233%가 늘었다. 8월 8일 낮 시간대는 48.7mm의 비가 내렸는데, 비가 오지 않았던 8월 1일 낮 시간대에 비해서 택시 호출량은 31% 늘었다. 하루 중에도 날씨가 맑았다가 비가 내리면, 택시 수요가 증가한다.
반면에 비가 내렸다가 맑아지더라도 택시 수요가 바로 감소하지는 않는다. 8월 1일 새벽 비가 멈춘 이후에는 맑은 날씨가 이어졌다. 그러나 새벽시간대 증가하였던 택시 수요는 날씨가 맑았던 낮시간대와 저녁시간대에도 이어지면서 전주대비 각각 72%, 34% 증가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벽에 내린 비의 효과가 서서히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저녁까지 여전히 수요 증가에는 영향을 미친 것이다. 비가 오다가 그치더라도 심리적으로 비가 왔다는 인식이 지속되면서, 맑게 개인 날씨에도 택시 호출 증가세가 한동안 이어지는 ‘이력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폭우와 같이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면 택시 수요도 크게 증가한다. 말그대로 ‘폭우 효과’다. 폭우가 내린 8월 8월 저녁에는 택시 호출량이 전주 저녁시간대 대비 249%나 증가하였고, 날씨가 맑았던 7월 25일 동일시간대에 비해서는 370%가 급증하였다. 폭우로 인해서 저녁시간대 택시 호출량의 비중은 하루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같은 날 낮부터 시작된 비로 낮에도 택시 호출량이 증가하였음에도, 폭우로 인해서 하루 호출량의 약 3분의 2가 저녁시간대로 집중된 것이다. 집중 호우와 같은 악천후는 택시 수요를 급증시키면서 수급 불일치를 심화시킨다.
공급도 비의 영향을 받지만 수요와 반대 방향으로 영향을 받는다. 비가 오는 시간대에 따라서 택시 공급의 감소도 빠르게 나타난다. 수요의 이력효과와 마찬가지로 비가 오다가 개도 공급 감소세는 한동안 유지된다. 폭우가 내리면 택시 공급은 더 심하게 쪼그라든다. 폭우가 내렸던 8월 8일은 빗줄기가 굵어지기 이전까지만 해도 직전 주인 8월 1일에 비해서 택시 운행대수가 많았다. 8월 1일에는 새벽에 비가와서 그쳤지만, 하루 종일 택시 운행대수가 맑은 날에 비해서 낮아져 있었던 탓이다. 그러나 8월 8일 낮 2시를 기점으로 택시 운행대수가 8월 1일을 하회하기 시작하였고, 폭우가 내렸던 저녁시간대에는 택시가 급감하며 전주 대비 최고 37%까지 감소하였다.
결과적으로 비는 택시 수요를 더 늘리지만, 공급은 수요에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한다. 택시를 부르고자 하는 사람은 많아지는데, 도로에서 운행하는 택시의 수는 감소하면서 택시의 수급 불일치가 심해지는 것이다. 비가 오면 올수록 택시 잡기가 더 어려워지는 이유다.
비가 오면 왜 택시 공급이 줄어들까? 비가 오면 아무래도 운전하기가 조심스러워 노동강도가 높아지지만, 요금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택시 기사들이 기대할 수 있는 별다른 보상은 없다. 평소 대비 수요가 급증하여 승객 수배에는 수월하겠지만, 빗길에 무리한 운행을 하다가 사고가 나기라도 하면 일을 안한 것보다 손해다. 비가 오는 경우에는 추가 보상이 없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차라리 운행을 포기해버리는 기사들이 많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심야 운행을 기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가 오는 날에는 택시 수요가 급증하지만, 택시 기사들은 수요에 반응하기 보다는 운행을 오히려 줄이는 것이다.

플랫폼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이 택시를 많이 찾는 비오는 날에 오히려 택시 운행이 감소하는 것은 현재 택시 시장의 고질적인 승차난이 발생하는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여타 시장에서는 사람들의 수요가 몰리는 피크타임에는 공급이 자연스레 증가하는게 일반적이지만, 택시는 수요에 맞춰 공급이 탄력적으로 증가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공급이 감소하는 상황이 더 자주 관찰된다. 크게 요동치는 택시 수요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경직적인 택시 공급이 지속되고 있고, 특히, 피크타임에는 택시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승차난은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았다.
단순히 특정 시간대에 할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는 실시간으로 다양하게 변화하는 수요, 공급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기피되고 있는 단거리 승객의 승차난 완화를 위해서 ‘호출영업 골라잡기’를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어왔다. 카카오 T 블루에서 도입하고 있는 자동 배차 방식을 확대 적용하자는 제안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형택시는 배회영업이 여전히 주요한 영업 방식인 상황인데, 모든 호출영업에 자동 배차를 적용한다고 골라잡기가 근본적으로 사라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승객이 넘치는 피크타임에는 호출영업을 줄이고 배회영업을 늘린다면 과거와 같이 길거리에서의 골라잡기가 다시 성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크타임의 절대적인 택시 공급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결정하는 택시 기사의 유인구조를 바꾸는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택시 승차난 문제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심야운행 기피, 법인택시 기사 이탈, 단거리 승객 기피 등 택시 공급 측면의 문제들은 개인택시, 법인택시 등이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본다면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심야 취객을 상대하다가 봉변을 당하는 것보다 운행을 줄이고 수입을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높은 수입도 기대할 수 있고, 업무의 자율성도 높은 배달, 대리, 퀵 등의 업종으로 이직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택시 기사들은 공차 위험이 낮고 수입도 높은 장거리 승객을 단거리 승객보다 선호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요컨대 기사들이 감수하는 노동강도나 위험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택시 공급의 이면에 고질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수요는 증가했지만 여전히 기사들이 심야운행을 기피하면서 택시 승차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위험과 보상의 불일치가 결국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탄력적으로 변동하는 수요에 맞춰 유기적으로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는 종합적인 솔루션이 필요할 것이다. 택시 수요는 예측하기 힘든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고,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 과도한 개입이 이루어질 경우 시민들의 이동을 제약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수요에 비해서 여전히 경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공급이 보다 탄력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요금과 다양한 형태의 기사, 서비스의 공급이 필요한 것이다.
우선 검토할 수 있는 선택지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일정 부분 조정되는 탄력요금제 도입이다. 이미 우버, 그랩, 리프트 등 해외의 모빌리티 플랫폼 뿐만 아니라 국내 온라인 플랫폼들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을 변동하는 탄력요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2022년 8월 대한교통학회에서 택시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응답자가 음식배달앱(전체 응답자의 70%), 온라인쇼핑(65%), 온라인 숙박 예약 플랫폼(55%), 항공권 예매(41%), 대리운전앱(28%) 등 탄력요금제가 도입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평균 2.7개 이상 이용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해외의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경험해 봤다는 응답자도 9%나 되었다. 온라인 플랫폼이 보편화됨에 따라 탄력요금제에 익숙한 이용자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택시 시장에도 탄력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공급이 개선될 개연성도 높다. 중형택시에 비해서 비교적 완화된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대형/고급 택시는 탄력요금제를 수년 째 운영해오고 있다. 실제 카카오 T 벤티와 블랙의 운행 패턴을 살펴보면, 벤티는 22시, 블랙은 23시를 전후로 가장 많은 기사들이 운행한다. 상대적으로 택시 공급이 부족한 심야시간에 출근하는 기사들의 비중이 중형택시에 비해서 높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탄력 요금제는 단순히 요금의 조정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택시 기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과 보상의 최적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 될 수 있다. 변화무쌍한 수요의 변화 속에서 야기되는 수급 불일치 상황에서 공급의 유인을 높일 수 있는 적정선이 얼마인지는 사전에 알기 어렵다. 가령 심야시간에 택시 기사들이 직면하는 취객의 위험을 보상할 수 있는 요금 수준이 얼마인지는 미리 알 수 없다. 단거리 요금을 어느 정도로 높여야 단거리 승객 기피 현상이 완화될지도 예단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탄력요금제는 요금의 조정을 통해서 그 수준이 적정한 지를 지속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도구로써 의미가 있다. 지금처럼 특정 수준에서 요금이 사전에 결정된 상황에서는 최적의 요금 수준을 찾아가는 것이 원천 차단되어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시장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교통상황에 따라 최적의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과 같이 탄력요금제는 수요의 변화에 따라 최적의 공급을 유인할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사의 공급 방식도 보다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천재지변과 같이 예측불가능한 요인은 차치하더라도 요일별로, 이벤트별로 택시 수요의 규모와 변화에 대해서는 데이터와 AI 등을 통해서 예측 정확도가 높아져왔다. 택시 플랫폼을 통한 승객수배, 내비게이션을 통한 길안내를 통해서 기사의 영업 편의성이나 진입장벽도 크게 개선되었다. 단기간 변동하는 수요에 맞추어 택시 기사를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성숙해 있는 것이다. 택시 면허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등장할 수 있다면 택시 수급 불일치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택시 승차난은 택시 시장에서 40년 이상된 오래된 숙제다. 그러나 고도화되고 있는 기술과 창의적인 해법에 기반한 서비스 모델을 통해서 과거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탄력적인 공급 방안들을 찾아낼 수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허용된다면 시민들의 일상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택시 수요에 맞는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통해서 시민들의 이동 편의를 개선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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